밖에 볼일을 보고 있는데
엄마에게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
"누가 강아지 두고 갔다!"
뭔 일인가 싶어 서둘러 집에 가니
손바닥만 한 아기 강아지
두 손에 쏙 들어온다
"누가 두고 간 거야?"
"몰라 ~ 문밖에 있더라"
누가 두고간걸까? 아니면
어미를 잃어버린 걸까?
살펴보니 진드기가 붙어 엉망이었다
귀 안도 엉망이었다
엄마가 진드기를 제거하고 귀 청소도 해줬다
몰골이 엉망인 거 봐서는 사람 손에
길러진 건 아닌듯하다
다리에 힘도 없고 배도 홀쭉하고
이가 낫길래 두부 먹는 통조림 주니
허겁지겁 그릇을 몰고 다니며 먹는다
내가 사는 곳은 영천
번화가도 아니고 공장들과 밭밖에
없는 곳에 사는데 이 아이가 어쩌다
여기까지 왔는지
어미를 잃어버린 거 같은 느낌
주위에 출산한 강아지가 없다
내가 모르는 유기견이면 모를까
밥을 먹이고 밖에 내놓기엔
바로 앞이 차도라 너무 위험하고
그럴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
우리 집은 기존에 두부를 키우고 있어서
사실 그 점도 걱정이 되었다
혹시 몰라 데리고 간 병원
근처엔 애견 전문병원은 없고
가축병원이 있다 혹시 몰라 데려가니
다행히 백신이 있어서 맞혔다
종합백신을 맞히고 구충제도 받아왔다
의사 분말로는 2개월 남짓 되어 보인단다
집에 와서 활동 중이던 강아지 카페
몇 군데에 조언을 구하는 글을 올렸다
사회성 없는 우리 두부는
아기 강아지가 낯설고 무서운지
가까이 가지도 않고 다가와도 기겁을 한다
괜찮아 두부야
아기 강아지를 보니 우리 두부 아기일 때
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
임시로 지은 이름
콩이
콩이를 박스 안에 두니 깨갱거리고 난리다
목청 우렁차다
엄마 한마디에 깔깔깔 웃었다
“아고 목청 봐라 모르는 사람이
들으면 개잡는 줄 알겠다”
임시보호중인 콩이 근황1 (11) | 2020.06.01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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